민족문학사연구소를 창립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자주적 통일에 대한 요구가 지금보다 고조된 적은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민주화 운동과 자주적 통일 운동은 이미 각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학술 부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족사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술 운동이 활기차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역사학을 비롯하여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철학, 법학, 예술 각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 운동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문학 연구자들도 그간의 모색과 역량의 축적을 바탕으로 이러한 학술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합니다.
우리 문학사를 주체적으로 해명하는 작업은 학계의 일각에서 꾸준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노력과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 작업의 고립분산성, 연구 방법론의 한계 등으로 현재의 민족사적 요구에 부응하는 과학적, 실천적이며 체계적인 문학사 연구는 대단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또한 이는 몇몇 개인 연구자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학계 안팎의 현실을 돌이켜 보면서 우리는 지금이 우리 문학 연구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연구 과정 및 결과의 사적소유(私的所有)라는 기존의 연구 풍토를 지양하고, 조직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방법론을 모색하고 긴요한 과제들을 해결하며 그 연구 결과까지 공유하는 새로운 연구 방식을 취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 체제 아래 과거와 현재의 민족문학을 견결한 민중적 입장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연구, 비평함은 물론 새로운 문화 창조에 이론적으로 기여하고 또 그 연구 결과를 대중 속으로 환원시키는 여러 수준의 사업들도 아울러 결합시키고, 연구 그 자체의 실천적 방향성도 구체적으로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학문주의나 이기적 업적주의에도 반대하지만 사이비 과학주의에도 반대합니다. 우리는 민족사와 세계사의 향방을 늘 주시하면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학정신과 자주적이되 개방적인 자세로 연구를 수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비평과 연구의 진정한 결합은 당대 문학에서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사의 어느 시기에나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는 소장 국문학 연구자들의 소모임 형태로 공동연구와 그 대중화 작업에 대한 모색이 나름대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이제 이러한 모색과 그 동안의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 큰 물줄기를 이루면서 더 높은 차원의 연구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전망으로 연구자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민족문학사연구소를 창립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 모두 민족 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사명감으로 함께 전진합시다.
1990년 4월 14일
민족문학사연구소 창립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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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감성적 형식을 빌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적 활동의 영역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감성적 세계 가운데 지성은 자기를 용해함으로써만 형성되는 독자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의도하지 않았던 여분의 요소가 작품 가운데 들어오는 통로는 지성이 감성의 와중(渦中)을 통과할 때 생김을 상상할 수가 있다."